국토부는 최근 아파트 하자 판정기준을 마련해 이달부터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하자판정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 하자는 명확한 판정기준이 없어 마감재나 부실시공 여부를 둘러싸고 입주자와 시공회사 사이의 분쟁이 법정문제로 비화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법원의 판결이 달라 입주자와 건설사 사이에 혼란만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동주택의 경우 2년 이상 공사가 이어지다 보니 그동안 사업계획승인 당시 모델하우스 설치 자재와 입주후의 사용 자재가 달라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마감재를 둘러싼 흔한 분쟁들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내·외장 마감재는 모델하우스 기준을 적용해 모델하우스보다 낮은 품질의 자재를 사용하거나 시공이 누락된 경우 하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적법한 설계변경 절차를 거쳐 자재와 도면을 변경한 경우에는 마감재가 달라도 하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건설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계획승인 시기와 준공시기까지는 2~3년의 시간차가 있다”며 “그동안 물가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변경 시공하는 것도 하자로 보겠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판례에서는 사업승인도면과 비교해 품질이 떨어지게 하향시공하는 경우와 품질을 높여 상향시공하는 경우가 섞인 경우, 소요된 비용 차이 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번 기준은 무조건 하자로 본다는 것이어서 판례와 배치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국토부장관이 하자판정기준, 조사방법 및 보수비용산정 기준을 고시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해 이 기준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2월 국회를 통과하면, 6개월 뒤인 오는 8월중 시행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하자 판정에도 불구하고 시공사가 보수를 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사실상 강행규정이나 다름없다”며 “앞으로 주택법에 하자판정 기준에 대한 근거가 마련되면 더욱 강력한 구속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파트 하자소송의 경우 입주민과 건설사 모두 소모적인 싸움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웅석 대한주택보증 팀장은 “하자소송이란 게 일방적인 승소나 패소가 없다”며 “일정 부분 패소가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부대비용이 발생되기 때문에 그만큼 추가 손실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송은 실제 이득과 비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소송을 통한 하자 입증은 어디까지나 입주자 몫이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법률 전문가는 “하자보수 관련 소송에서 입주민이 이긴 사례를 보면 분양 당시와 다른 마감재나 설계를 적용했거나, 벽에 금이 가고 물이 새서 정상적인 주거에 제한이 생기고 재산상 손실을 입을 때뿐”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소송에서 발생하는 보상액 합계가 소송비용 등 소송을 하지 않았을 때 얻을 수 있는 효용보다 오히려 못한 경우도 있으니 계산기를 잘 두들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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