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스페셜리포트
'한국 경제학 대부' 故 조순…토지공개념 도입 주도(종합)
  • 김동준 김현주 기자
  • kdj@dailycons.co.kr
  • 승인 2022.06.23 11:19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23일 별세했다(서울시 제공). 2022.6.23/뉴스1


 23일 향년 94세를 일기로 별세한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한국 경제학 1세대 대표주자다.

강원 강릉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0년대 미국 유학파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후진국의 외자 조달 방안'이라는 논문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체계적 경제학을 한국에 들여왔고, 1968년부터 20년간 모교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무역연구소 소장과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등을 거친 뒤 1988년 노태우정부 들어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로 임명되며 행정가로 변신했다.

부총리 재직 당시인 1989년 토지공개념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이를 '구한말 갑오경장'에 비유했다.

그는 "돈벌면 땅을 사고 결국 땅 사기 위해 돈을 버는 세태를 바로잡기 위해 경장, 개혁이 와야 하며 땅은 공의 개념에서 소유돼야 한다는 관념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9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민영화 문제가 대두됐을 당시엔 청와대에선 재벌기업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대기업에 경제력을 집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민영화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반대하기도 했다.

결국 공기업으로 남은 한국중공업은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바 있다. 한국중공업은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민영화가 결정돼 2000년 12월 두산그룹의 품에 안겼다.

이같은 안정 위주의 긴축정책을 주장하다가 3당 합당을 준비하던 집권세력과 재계의 경기부양을 위한 성장론에 밀려 중도하차하는 비운도 겪었다.

1992~1993년 한국은행 총재를 지냈으나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를 두고 정부와 갈등하다 사표를 냈다. 이 일로 원칙주의자의 진면목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삼정부 때인 1995년엔 민주당 소속으로 민선 초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제15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으며, 최근까지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로 있었다.

고인은 한국 경제학의 대부로 불린다. '조순학파'를 형성할 정도로 훌륭한 제자를 많이 키워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1974년 케인스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교과서인 '경제학원론'을 펴냈다.

이 책은 그가 관계로, 정계로 진출한 1990년 4차 전면개정판 이후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공저로 출판했다. 이후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영식 서울대 교수 등이 차례로 공동저자로 참여하며 40년이 지난 지금도 경제학의 대표적 교과서로 읽힌다.

김중수 전 한은 총재,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 김승진 한국외대 교수, 이영선 전 한림대 총장, 좌승희 박정희학술원 원장,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박원암 전 홍익대 교수 등 기라성 같은 경제학자들도 '조순학파' 계보를 형성한 제자들이다.

케인스 이론을 열심히 공부해 '한국의 케인스'가 되길 꿈꿨고, 1982년엔 직접 'J.M.케인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밖에 '한국경제의 현실과 진로' '중장기 경제개발 전략에 관한 연구' '화폐금융론' '한국경제의 이해' '조순 경제논평' 등 저서가 있다.

지난해 4월 강원도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선 민생 걱정을 내비쳤다.

그는 "부동산 시장도 흔들리고 민생은 더 힘들다. 코로나19 방역과 복지수요 증가로 국가 재정은 여러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빚으로 충당하고 있어 걱정이다. 일자리가 없다 보니 재정으로 만드는 임시 일자리만 많다"고 했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2018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말이 전도된 개념"이라며 "국가경제는 생산을 많이 해야 소득이 늘고 늘어난 소득이 생산과정에 투입되며 발전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정부 역할에 대해 "기업이 할 수 있는 분야, 민간이 할 수 있는 건 기본적으로 정부가 하면 안 된다. 정부는 경제와 사회 전반에서 발생할 문제를 파악해 미리 대응하며 충격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으로 강원랜드 대표를 지낸 장남 지송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고, 25일 발인 뒤 선영인 강릉 구정면 학산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동준 김현주 기자  kdj@dailycons.co.kr

<저작권자 © 일간건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