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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숨 막히는 문화훼손 현장(上-부영그룹)

이슈 포커스]-숨 막히는 문화훼손 현장(上-부영그룹)

  • 기자명 조찬우
  • 입력 2017.02.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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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짓밟은 대한제국 터에 H빔 공사…근현대 화석 건물들도 무늬만 보존

 

이중근 호텔 야심, 민족상흔에 대못 박나 ‘충격’

 

조선시대부터 수백년 간 국가의 도읍지로 자리매김해 온 서울에는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유산들이 여기저기 도처에 깔려 있다. 대부분은 문화재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문화재들도 적지 않다. 이에 훼손·방치되거나 사라져가는 문화유산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유산은 민족의 얼과 혼이 담겼다는 점에서 결코 등한시 해서는 안 될 숭고한 가치가 있다. 이에 도시개발과 관리부실 등으로 고귀한 문화재가 사실상 버림받고 있는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정에 모두들 공감하고도 특별한 대책들이 없다. 특히 최근에는 문화재 보존에 앞장서야 할 공기업들마저 자신들이 소유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듯 방치·훼손 또는 철거 등을 서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민간기업들도 가세해 사실상 민족의 상흔에 대못을 받는 행태도 벌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도심 곳곳에 존재하는 문화유산 중 소유주들의 무관심으로 멸실·훼손·방치되거나 철거 위기에 놓인 문화재들의 실태와 이에 대한 학계 및 시민단체의 반응 등을 금주의 이슈 포커스로 현장 취재했다.  

 부영그룹이 서울시 중구 소공동 112-9번지 일대에 호텔을 짓는다고 밝히면서 문화유산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학계 및 시민단체에서는 부영호텔 부지인 ‘대관정 터’와 철거 예정인 7개 근·현대건축물이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들며 호텔 건립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대관정 터(사진 위)와 소공로 일대 7개 근·현대건축물 ⓒ 스카이데일리

 

▲ ⓒ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김신 편집이사|이경엽·이성은·하보연·김성욱 기자] 재계 순위 19위의 굴지의 대기업 부영그룹으로 인해 상당한 보존 가치를 지닌 민족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학계와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사익에 눈 먼 일개 민간기업이 민족의 얼과 혼을 앗아가려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영그룹 호텔 건립으로 사라지는 건축물들…민족의 역사 비추는 문화유산

학계 및 서울시,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부영그룹은 서울시 중구 소공동 112-9번지 일대 대한제국 당시 황실 영빈관으로 사용됐던 ‘대관정(大觀停) 터’에 지하 7층, 지상 27층, 850실 규모의 부영호텔을 지을 예정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제 18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북창지구단위계획 변경결정 및 소공동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변경 결정안’을 수정가결하면서 제자리를 맴돌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호텔사업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앞서 부영그룹은 지난 2012년 호텔 건립을 목적으로 삼환기업으로부터 일대 토지와 건물 등을 총 1721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10월 심의에서 서울시로부터 소공동 일대 근·현대 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받으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부영그룹은 호텔 예정지의 근·현대 건축물 보존·복원과 관련 등의 내용을 담은 계획안을 마련해 서울시의 문턱을 넘었다. 계획안에 따르면 보존·복원 방안을 요구받은 7개 건축물 중 일제강점기에 조선토지경영주식회사 건물로 쓰였던 한일빌딩 1개 건물은 외벽 보존, 나머지 4개 건물은 철거 후 복원·신축, 보존가치가 적다고 판단되는 2개 건물은 철거할 예정이다.

또 호텔 본관이 들어서는 곳에 있던 ‘대관정(大觀停) 터’는 호텔 2층 내 전시관을 따로 조성해 보존할 계획이다. 좁은 보행로 문제는 건물 1층 도로변 일부를 ‘필로티 형태(건물의 1층을 막지 않고 기둥으로 띄워 개방하는 형태)’로 만들어 해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학계 및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서울시의 문턱을 넘은 부영그룹의 계획안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대관정 터’는 물론 보존·복원 방안을 요구받은 7개 건축물 등에 대한 조치는 모두 민족 유산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7개 건축물이 상당한 문화·역사적 가치를 지닌 사실은 논란의 불을 지폈다.

학계 및 시민단체, 서울시 중구 등에 따르면 부영그룹의 호텔이 들어설 ‘대관정 터’는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한 이듬해인 1898년 매입해 영빈관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한일의정서 체결 이후 일본군사령부로 바뀌었고, 을사늑약 직후에는 일본군이 이곳에서 대한제국 대신들을 겁박하는 등 근대사의 상흔이 서린 곳이다.

철거를 앞두고 있는 7개 근·현대건축물은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순차적으로 지어졌으며, 소공로 거리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줄곧 평가돼 왔다. 특히 호텔 건립으로 인해 철거 및 철거 후 복원, 외관보존 등의 예정인 △경기빌딩 △다가빌딩 △한일빌딩 △부원빌딩 △칠성빌딩 △삼보빌딩 △한우빌딩 등 7개 건축물 모두 서울시가 지정한 근·현대 건축자산이기도 하다. 

 

 

▲ 철거 예정인 7개 근·현대건축물은 1927년 한일빌딩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지어졌다. 또한 대한제국 시절 번화했던 소공로 거리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7개 건축물 모두 서울시가 지정한 근·현대건축자산이다. 사진은 위에서 시계방으로 경기빌딩, 다가빌딩, 한일빌딩, 부원빌딩, 칠성빌딩, 삼보·한우빌딩 ⓒ스카이데일리

 

경기빌딩은 지난 1932년 세워졌다.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진 빌딩은 연면적 740.53㎡(약 224평), 지상 6층 규모다. 이 빌딩은 1960년대 서울에서 가장 번화했던 곳 중 하나인 소공동의 사무소 거리를 대표하는 건물로 평가돼 왔다. 소공로 거리는 과거 189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 일본인들이 정착하면서 발전하다가 1960~70년대 사무소 거리로 전성기를 누렸다.

1979년 지어진 다가빌딩은 연면적 1383.87㎡(약 419평), 지상 10층 규모로 지어진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다. 소공로 거리가 가장 번화하던 시절에 지어진 이 빌딩은 1980년대 이후 쇠락한 거리로 변모한 소공로의 근대 도시경관 자취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27년 지어진 한일빌딩은 연면적 1403.01㎡(약 425평)의 건축물로 과거 조선토지경영주식회사 사옥으로 쓰였다. 이후 1970년대 소공동 재개발 당시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 빌딩은 건축사적으로도 상당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돼 왔다.

중후한 외관이 특징인 한일빌딩은 인근의 다른 빌딩과 달리 마지막 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의 창문이 세로방향이 긴 직사각형으로 돼 있다. 마지막 층의 창문은 아치형으로 돼 있다. 창을 통한 수직성 강조와 리듬감의 창출은 19세기 시카고학파 건축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게 건축 전문가의 설명이다. 한일빌딩이 소공로의 대표적 근대건축물로 꼽히는 배경이다.

1965년 지어진 부원빌딩은 연면적 666.12㎡(약 201평), 6층 규모의 건물이다. 과거 부원공업이 사옥으로 쓸 목적으로 건설된 빌딩은 1970년대 번화했던 소공동 거리의 전성기를 누리며 다른 건축물과 함께 대표적인 사무소 건물로 평가 받고 있다.

1964년 건립된 칠성빌딩은 연면적 680.77㎡(약 206평), 지상 6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이다. 소공동 거리가 가장 번화하던 시절에 세워져 일대 거리를 대표하는 사무소 건축물로 유명세를 탔다.

삼보·한우빌딩은 각각 1969년 8월과 11월에 11층 규모로 세워졌다. 두 빌딩은 과거 별개의 건물리었지만 현재는 하나의 건물처럼 서로 연결 돼 있다. 연면적은 삼보빌딩 1282.05㎡(약 388평), 한우빌딩 1644.07㎡(약 498평) 등이다.

최근까지 삼보·한우빌딩 1층에는 ‘체이스필드 양복점’과 ‘프라자 양복점’ 등 일대 거리를 대표하는 고급 수제 양복점이 영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들 양복점은 부영그룹의 호텔 건립으로 인해 영업점을 옮기게 됐다.

“부영그룹 호텔 부지는 그 자체가 역사, 진정성 있는 문화재 보존 방안 내놔야”

많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7개 건축물 모두 근대 도시경관의 자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건물이 지닌 역사·문화재적 가치도 뛰어나지만 7개 건축물이 나란히 정렬돼 있는 것 자체가 오히려 보존가치가 높다. 7개 건물 중 어느 것 하나 빠지게 되면 역사·문화재적으로 상당한 훼손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창모 경기대학교 교수는 “부영그룹이 제시한 보존 방안은 무의미하다”며 “보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경기빌딩과 다가빌딩을 철거한다는 것은 호텔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한 부영그룹의 자의적인 판단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일빌딩의 외벽을 보존하겠다는 방안 또한 내부는 철거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보존이 아니라 훼손이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대한제국 시절 고종황제가 영빈관으로 사용했던 대관정 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영빈관이라는 의미와 함께 일제강점기의 아픔도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정말 중요한 공간이다”며 “소공동 일대 7개 근·현대건축물 역시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대한제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집합적인 장소다”고 설명했다

 
 

▲ 학계 전문가들은 7개 근·현대건축물 모두 근대 도시경관의 자취를 담고 있으며 그 자체가 집합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어 역사·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설명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한일빌딩은 아치형·직사각형의 창문, 높은 천장과 두꺼운 벽 등으로 근대건축물의 특징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은 한일빌딩 내부 ⓒ스카이데일리

그는 이어 “대관정 터를 비롯한 소공동 일대는 100여년의 한국 근대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 우리가 보존해야할 공간이다”며 “그 자체가 집합적인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이라도 빠지면 역사적 의미가 퇴색된다”고 강조했다.

또 “부영그룹은 호텔 건립 허가를 받을 당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용적률 특혜를 받은 바 있다”며 “역사적 상징이 있는 공간에 호텔을 짓기 위해 특례를 받았으면 부영그룹 측에서는 진정성 있는 문화재 보존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고 촉구했다.

윤인석 성균관대 근대건축연구실 교수는 “서울시청 앞부터 한국은행으로 가는 소공로길은 경관 자체가 역사·문화재적 가치로 중요하게 여겨진다”며 “그 중에서도 특히 부영그룹에서 호텔을 짓기 위해 철거 및 복원 등을 시도하는 건축물들은 전체 경관을 위해 가장 보존가치가 높은 요소들이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부지에 대기업이 호텔을 짓는데 대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을 가진 이들이 재산권을 행사하려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면서도 “사전에 (소공로 건축물들에 대해)미리 대비를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도 그 건물들을 다 헐어버리고 넓은 도로를 만들려는 계획이 있었지만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돼 지금까지 보존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없어지기로 결정된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무작정 철거하기 보다는 그 건축물들이 국민들에게 제공한 추억에 대한 세밀한 기록을 남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시민들 역시 부영그룹의 호텔 건립으로 소공동 일대 건축물들이 훼손되는 데 대해 상당히 아쉬워했다. 일부는 부영그룹으로부터 제대로된 보상도 받지 못하고 거의 내쫒기다 시피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40년 동안 삼보빌딩에서 체스타필드 양복점을 운영해온 김욱진(66·남) 씨는 “부영그룹이 호텔을 짓기 위해 빌딩들을 철거한다고 하면서 점포를 옮기게 됐다”며 “소공동 일대 상인들은 부영 측과 보상 문제와 관련해 협상을 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40년 동안 양복점을 운영하다가 철거 문제로 점포를 옮기다 보니 생계에도 문제가 생겼다”면서 “호텔 건립을 위해 일방적으로 빌딩을 철거고자 상인들을 몰아내는 것은 대기업의 갑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소공동 일대 건축물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낡은 건물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높은 천장과 두꺼운 벽 등 요즘 건물들과는 차이점이 있다”며 “특히 한일빌딩은 7개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이다”고 덧붙였다.

부영그룹 호텔건립과 관련된 역사·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 훼손 지적에 대해 사업의 허가권자인 서울시 측은 “지난 2015년 당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고 관리 방향 등을 설정했다”며 “내용의 실행 단계에서는 사업자가 보존이나 관리 방향, 개발계획 등을 세워서 최종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놨다.

또 호텔건립 사업 주체인 부영그룹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보존가치가 있다고 해 외벽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심의를 모두 받았다”며 “전문가들의 지적과 판단에 따라 일부 건축물들의 외벽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심의를 받은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축물들이 문화재로 지정된 건 아니기 때문에 법적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며 오히려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성은·김성욱기자(asd3cpl@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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