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꿈의 바닷길이라 할 수 있는 거가대교가 개통되었다. 이제 거제도는 하나의 섬이라는 외로움을 벗어나 부산까지 연결됨으로써 거제시민들이 부산에서 쇼핑을 하게 되었고 관광객의 숫자도 훨씬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중국의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초를 구해오라고 신하 3천명을 보냈다는 해금강에는 약초가 많이 나는 섬으로 유명한데 그 해금강 가는 길에 해금강테마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해금강이 푸른 바다 위에 떠 있고 신선대 바위와 전망대 그리고 영화촬영지로 알려진 바람의 언덕에는 풍차 한 대가 여유롭게 돌아가고 있다. 마치 파도의 물거품으로 칠해진 듯 하얀 박물관 건물 또한 뒤지지 않는 절경이다.유천업 관장이 2005년 박물관을 설립하기까지의 동기는 자녀를 키우면서 뭐든지 새것만 좋아하고 조금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버리는 아이들의 물건을 하나하나 모아두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리고 경남 창원에서 호텔지배인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외국인 동료들이 선물로 주고 간 모형 범선 10척을 언젠가 한번 전시한 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수집광이 되어 전 세계의 해양지도와 선박 운항장비, 잠수장비 등을 모으게 되었다고 한다.이러한 계기로 모은 유물이 무려 40만 점이나 되며 현재 박물관은 조그마한 폐교를 개조하여 5만 점을 전시하고 있다.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해 모든 유물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보여주는 게 꿈이라고 한다.박물관 1층은 흘러간 50여 년 전부터 60~70년대의 소박한 생활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은 세계의 범선, 유럽장식 미술, 중세가구, 도자기 인형, 가면 등 서양유물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대부분의 박물관들은 사진촬영이나 유물을 만지는 것을 금하고 있지만 이곳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심지어 타보기도 하고 유물과 동화되어 사진으로 담아갈 수 있을 만큼 자유로운 전시공간이다.1층 전시관은 마치 잃어버린 세월과 추억을 생생하게 기억나게 해주는 공간이다. 크게 구분지어 복도의 공간갤러리, 그때 그 시절, 학교종이 땡땡땡!, 엄마 아빠 어릴 적엔, 카메라 영사기 변천사관, 진공관에서 디지털까지 소리전시관, 추억으로의 여행 등 다양하게 꾸며져 있다.박물관 입구에는 빨간 우체통이 하나 서 있다. 일제시대에 종로거리에 서 있다가 일본으로 건너갔고 해방이 되어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 이곳 박물관까지 오게 된 한 많은 우체통이다. 말 못하는 우체통이지만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사연들이야 어디 백과전집만 못하겠는가 싶다.1층 복도는 벽면에 격동의 역사 50년을 뒤돌아 볼 수 있는 흑백사진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서부터 70~80년대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기록사진들이 다양하게 걸려 있다. 그리고 한쪽 벽면에는 가족계획 표어와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짓꼴을 못 면한다” 등. 그 시절에 가족계획 정책으로 가정마다 콘돔을 나눠주어 철부지들은 길거리에서 풍선인 줄 알고 불고 다녔다. 요즈음은 인구가 줄고 있어 다자녀 가정에 대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그리고 복도 전시장에는 모기 잡는 홈키파, 분무기를 비롯하여 이뿐이 비누, 소진, 안티프라민, 각종 소화제와 어린이들이 좋아했던 과자들로 밭두렁, 골목대장, 뽀빠이, 자야, 아폴로 등등이 있고 초중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하여 각종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어느 벽면에는 영화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데, 홍도야 우지마라, 고개를 넘으면, 팔도 구두쇠, 두만강아 잘 있거라, 하숙생, 전쟁과 평화, 애창 등 원색적인 포스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어느 동네 골목가게의 모습을 재현한 공간에는, ‘어서 오십시오, 향 조은 커피 신속배달’이라 써 있는 꽃다방과 조미료 감치미 광고 등이 데롱데롱 매달려 있고 아이들 뽑기와 과자들이 제일 먼저 반기는 진주상회, 유천세탁소, ‘이현세 외인구단 입하’라고 써있는 짱구 만화방, 삼육연탄배달소인 동원 연탄, 해금강 건어물, 학표비니루 대리점, 재건약국, 문간에 미성년 출임금지와 반공방첩 표지가 붙어 있는 삼광사 전당포는 각종 폐물, 은비녀, 양복, 가죽잠바, 시계, 청바지, 자동우산, 수련장 참고서 등을 받는다고 적혀 있다.이 외에도 소리전파사, 광대포 옥이네, 신세계 레코드, 장미 미용실 등이 있으며, 엄마 어렸을 적에라는 푯말이 붙어있는 방과 주변에는 자개농, 다리 달린 TV, 작두펌프, 대야, 빨래판, 항아리, 물지게, 솥 등 가재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학교 종이 땡땡땡! 코너는 60~70년대 교실모습으로 조그마한 풍금이 놓여 있고, 칠판 위에 태극기와 대통령 사진, 교훈이 나란히 걸려 있고 조개탄을 때던 난로 위에는 겹겹이 도시락이 올려져 있다. 난로가에는 불조심이라고 써있는 빨간 주전자와 대야가 놓여 있다. 자녀와 함께온 가족들은 조그마한 책상의 의자에 겨우겨우 앉아 사진을 찍으며 추억 이야기를 나눈다.담배가게에는 당시의 담배들이 진열되어 있다. 담배는 1590년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의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1905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궐련 담배 ‘이글’이 생산되었고, 일제시대에는 ‘아사히’, ‘사쿠라’ 등 30여 종이 발매되었다. 그동안 발매된 담배 이름에는 역사적 사연이 담겨 있다. 해방을 기념해 처음 생산된 담배는 ‘승리’였고, 1949년 선보인 최초의 군용담배는 ‘화랑’이었다.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조국을 되살리자는 의미에서 ‘건설’, 희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파랑새’, ’57년에는 평화와 조용함을 나타내는 ‘진달래’, ‘사슴’이 등장하고 60년대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화된 담배공장이 신탄진에 준공되면서 ‘신탄진’이, 새마을운동을 독려하기 위해 ‘새마을’, ‘새나라’, ‘상록수’가 나왔다. 70년대에는 관광객용의 ‘태양’ 수출용으로 ‘진생’ 등이 나왔다.이후로는 88올림픽을 기념하는 88라이트, 88골드, 88맨솔, 90년 엑스포와 IMF때에는 외래어 이름의 담배들이 쏟아져 나오고 담배에 미아찾기, 각종 기념일, 포스터 등 광고가 많이 등장했다.2층의 유럽전시관에는 복도 공간갤러리, 세계 유명 모형범선, 영원한 전설-중세의 기사관, 밀랍인형과 칸느영화 포스터, 프랑스 도자기 인형과 이태리 베네치아가면관, 세계명화관, 유럽장식 미술관으로 구분되어 다양한 유럽의 장식품들이 전시되어 있다.세계 유명 모형범선 중에는 17세기 유럽에서 이름을 날렸던 ‘바다의 군주호’, 492년 콜롬버스가 제1차 항해로 서인도제도 발견시 탔던 ‘산타마리호’, 1805년 영국의 넬슨제독이 나폴레옹의 프랑스 함대를 무찔렀던 트라팔카 해전의 무적선 ‘빅토리호’ 등도 이곳에서ㅡ 볼 수 있다.이러한 범선 가운데는 보물선도 있다. 어렸을 때 해적과 보물선 이야기의 만화에 흠뻑 빠져본 적도 있다. 지금도 바다에는 수많은 보물선이 가라앉아 있어 이를 찾는 해양탐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해외언론을 통해서 간간히 들린다.1771년 네덜란드 왕실의 배 프라우 마리아(Frau Maria)호는 러시아의 예카체리나 여제와 예술품 구매계약을 맺고 유럽의 값비싼 조작과 공예품을 잔뜩 싣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하여 핀란드 부근에 이르렀을 때 폭풍우를 만나 침몰하였다. 이 배는 1999년 핀란드 스쿠버다이버들에 의해 발트 해 탐사 중 발견되었다. 배 안에는 수 많은 귀중품 가운데 렘브란트와 반 고옌 등 네덜란드 화가들의 걸작 27점이 손상되지 않은 채 실려 있었다고 한다. 배에 실려 있는 물건의 값어치가 5억 ~ 10억 유로에 이른데, 핀란드 정부는 보물선이 우리 영해에 가라앉았으니 우리 것이라고 하고, 러시아는 사전에 구매계약을 채결했으므로 우리 것이라는 주장이고, 네덜란드는 예술상들에게 돈까지 지불했으므로 자국 소유라고 하여 나라간 인양문제를 놓고도 각축전이 벌어졌다고 한다.러시아 제국시대에 발트 해의 핀란드 해역에 가라앉은 배만 해도 6,000척이 넘는다고 한다. 이토록 풍랑이나 해적에 의해 난파된 보물선은 유럽뿐만 아니라 사이판 부근, 포르투갈 해역 등 세계 곳곳의 해양에서 지금도 잠자고 있어 최첨단 장비를 동원하여 해양탐사를 통한 보물선 찾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2층 전시실에는 또 세계의 화폐 100여 종과 지구본, 술병, 로마의 병사들과 함께 전시된 중세기의 갑옷은 ‘카메롯의 전설’, ‘바이킹’, ‘기적’ 등 영화를 통해 익숙했던 강철갑옷과 투구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영국의 밀랍인형관에는 영국의 G.D.F사가 만든 아인슈타인, 베트맨, 마스크맨은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그리고 프랑스 도자기 인형은 크고 작은 인형들이지만 형태가 모두 다르다. 기사 인형의 얼굴, 팔, 다리를 도자기로 구워 얼굴을 메이크업한 후에 옷을 디자인하여 입혔다. 도자기 인형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자기 종들과 접시들 또한 장식용으로 화려하기가 이를 데 없다.우리나라 과거사의 삶과 역사를 뒤돌아보게 하는 1층의 전시유물과 2층의 독특한 서양 장식품들을 보면서 거제도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소중한 관광상품이 바로 해금강테마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그마한 폐교를 활용하여 전시관을 만들다 보니 공간이 좁아 40만여 점의 소장품을 찾는 이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 못내 아쉬워하는 유천업 관장의 박물관 사랑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해금강테마박물관 이용안내◆ 박물관을 찾아오는 길은 거제대교를 지나 장승포 방향으로 해변가를 따라 거제도문화예술회관을 지나고 해금강 가는 방향으로 가다보면 학동 몽돌해수욕장→ 학동삼거리→ 함목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바람의 언덕이 있는 도장포마을 입구에 위치해 있다.◆ 해금강테마박물관 주소: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262-5번지◆ 전화: 055)632-0670~1, 홈페이지: http://www.hggmuseu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