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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워도 짜도 자꾸 찾는다? “아파트는 라면 같아요”[박원갑의 집과 삶]

매워도 짜도 자꾸 찾는다? “아파트는 라면 같아요”[박원갑의 집과 삶]

  • 기자명 편집부
  • 입력 2023.06.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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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2023.6.2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2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2023.6.2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고혈압, 당뇨에 걸린 사람이 왜 몸에 안 좋은 라면을 자꾸 드세요?”

한 종편 건강프로그램에서 의사는 한 여성 출연자를 나무랐다. 의사는 정제된 탄수화물, 그것도 짠 라면보다 잡곡밥이나 신선한 채소로 식단을 바꾸길 추천했다. 하지만 출연자는 라면 끊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 이유는 이미 반조리가 돼 판매되는 라면은 물을 부어 끓이기만 하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요리가 간편한 데다 맛에서 묘한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기야 주변에 라면에 질렸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드물다.

의사는 출연자에게 탄수화물 중독증에 걸린 것 같다고 했다. 난 문득 그 출연자가 편리함의 함정에 빠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편리함의 늪에 빠지면 잘 헤어 나오지 못한다.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편리하도록, 아니 더 게을러지도록 문명의 이기들이 자꾸 개발되나 보다. 이제 주거문화의 주류로 뿌리내린 아파트는 마치 식탁의 라면 같다. 편리의 극치라는 측면에서다. 아파트는 압축된 공간에서 효용이 극대화된 공간이다. 한번 아파트에 살아보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약간의 중독성이 있다. 회색 콘크리트 캐슬인 아파트에서 삶은 편리할지는 모르나 사람의 건강에 이롭지 않을 수 있다. 한 지인도 도심 아파트에 살다가 외곽 공기 좋은 단독주택으로 옮겼더니 딸 아이의 아토피 피부염이 싹 나았다. 아파트는 층간 소음 분쟁, 인간 소외를 부르는 이웃 간의 단절 등 여러 부작용이 많은 주거공간이다.

한 민중의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파트는 건물 층이 높아 땅 기운을 받을 수 없다. 아파트는 공간이 밀폐되어서 산소도 부족하다. 심신의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다.” 이 말은 과학적 검증이 되지 않았지만,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문학작품에서 아파트 폄훼는 더 심하다. 아파트는 답답한 잿빛 콘크리트 블록일 뿐이다. 정아은의 장편소설 <잠실동 사람들>에서 한 등장인물은 서울 잠실 초고층 아파트 단지를 보면서 이같이 독백한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모두 30층짜리 거대한 콘크리트뿐이라고. 하늘이 안 보여, 하늘이. 이런 데 와서 산다고 생각하니까 난 벌써 가슴이 답답해지는데? 낮에도 건물이 가려 햇빛이 안 드는 데서 자란 아이가 과연 어떤 포부를 품을 수 있을까?”

이처럼 도시 미학적으로 볼 때는 아파트는 사람이 살 곳은 못 된다. 하지만 이런 점을 알고서도 대다수는 아파트를 잘 벗어나지 못한다. 마치 우리가 빠진 탄수화물 중독처럼 아파트 공간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파트는 이동이 잦은 현대사회에서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독주택을 한번 팔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는 경색국면이 아니면 채권처럼 쉽게 거래된다. 대단지 랜드마크 아파트일수록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도 하다. 바로 환금성의 매력이다. 아파트는 상품 자체의 표준화와 규격화 덕에 동네 슈퍼마켓의 라면처럼 쉽게 살 수 있다.

입지나 가격을 따지지만, 단독주택처럼 일일이 내부를 조사하지 않아도 된다. 정화조 크기가 적당한지, 지붕에 물이 새는지 따지지 않는다. 내부 평면도는 이미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공개된 데다, 설사 낡았더라도 내 취향대로 고쳐서 입주하면 되기 때문이다. 굳이 라면을 구매할 때 성분을 꼼꼼히 따지지 않듯 말이다.

아파트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든 그것은 본인의 자유다. 다만 우리가 싫든 좋아하든 편리를 쫓는 인간이 아파트를 버리고 정원이 딸린 꿈의 집으로 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트 살이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꿈보다는 현실이 우리의 삶을 더 무겁게 지배한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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