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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기다렸는데"…신분당선 연장 무산에 주민들 커진 '실망감'[르포]

"10년간 기다렸는데"…신분당선 연장 무산에 주민들 커진 '실망감'[르포]

  • 기자명 김동준 기자
  • 입력 2023.08.24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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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덕양구 삼송동의 한 아파트 모습. 2023.8.23/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고양 덕양구 삼송동의 한 아파트 모습. 

 

 "지도를 새로 구해야 할 판이네요."

지난 23일 경기 고양 덕양구 삼송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A씨가 복덕방이면 으레 걸어놓는 지역 지도를 펼쳐 보이자, 붉은색으로 표시된 신분당선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삼송역으로 이어졌다. A씨는 "지도를 만드는 업체가 주민의 기대를 선반영해 지도에 담기도 한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지도가 보여준 현실과 다르게,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인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용산~고양 삼송)은 이날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단계에서 사실상 무산됐다.

 

고양 덕양구 삼송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지도에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노선이 반영돼 있다. 2023.8.23/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고양 덕양구 삼송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지도에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노선이 반영돼 있다. 2023.8.23/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10년 전 시작된 사업…예타 2번째 좌절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은 서울 용산에서 은평뉴타운을 거쳐 고양 삼송에 이르는 약 19.4㎞ 구간의 간선 급행철도망 구축 사업이다. 신분당선은 강남역과 판교·광교신도시 등 핵심 지역을 연결해 '황금노선'으로 꼽힌다.

2012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은평뉴타운을 만들며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안을 제시했다. 2016년 6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사업을 반영했고 예타 대상으로 선정됐다.

사업은 번번이 예타 단계에서 발목을 잡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9년 예타 중간 점검 결과, 사업 경제성이 극히 낮게 분석돼 사업 추진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1년 10월 재도전했고 지난해 예타가 재개됐지만 이번에도 희망은 좌절됐다.

국토부는 이날 오전 경제성(B/C)은 0.36으로 기준치인 1에 한참 못 미쳤고 종합평가(AHP)도 기준치인 0.5에 미달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예타가 걸림돌이 될 것을 알면서도 지역 주민들이 기대감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정치권의 약속 때문이었다. 삼송역 바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씨(43)은 "선거철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번갈아 가면서 신분당선 연장을 이뤄내겠다고 외쳤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주민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자료라며 '신분당선 연장 공약 정치인 리스트'를 보여줬다. 리스트에는 여야를 막론한 거물급 정치인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김씨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이번엔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공약이라 기대를 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삼송역 인근 여러 아파트엔 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현수막에는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믿습니다', '희망고문 10년', '신분당선 공약 이행, 연내확정 실시하라' 등의 문구가 담겼다. 현재 현수막은 모두 철거된 상황이다.

 

2020년 삼송2차 아이파크에 내걸렸던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요구 현수막(독자 제공)
2020년 삼송2차 아이파크에 내걸렸던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요구 현수막(독자 제공)

◇"벌써 몇 년째냐…강북은 경제성 없다며 차별"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신분당선 은평뉴타운역'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떴을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일대의 민심도 싸늘했다.

진관동 일대에서 14년째 살고 있는 주민 이모씨(53)는 "경제성이 안 나오는 사업임을 알면서 공약했어도 문제, 예타 통과 못 할 걸 모르고 공약했어도 문제"라며 "대체 몇 년째 정치인들 말속임에 놀아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예타가 지역균형 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아파트 주민 대표는 "경제성이 없어서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건데 돈 되는 쪽만 몰아주니까 소외된 지역은 계속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강남을 끼고 새로 설치하는 게 아닌 이상 예타를 통과할 수 없다. 강남에만 철도가 촘촘하게 깔린 이유"라고 꼬집었다.

더는 사업 재개의 희망을 갖지 않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진관동 주민 심모씨(37)는 "예타 결과가 기준치에 너무 못 미쳤다"며 "타당성이 없으면 사업을 안 해도 되니까 또 희망을 갖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는 인근 아파트 호가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B씨는 "만약 예타가 통과됐다면 가격이 1억~2억원씩 더 뛰었겠지만 앞으로는 신분당선에 대한 기대심리가 낮아져 호가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병영 신분당선 서북부연장 범시민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년간 희망 고문을 당했음에도 정권이 바뀌어 기대를 걸었지만 역시나 똑같았다"며 "수도권 남쪽만 대한민국 국민인가. 어떻게 이렇게 철저하게 차별을 하느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KDI 용역 착수 보고회 때 서울시에서 공개한 용역 결과로는 경제성이 0.94가 나왔는데 왜 KDI에서 한 용역상으로는 0.36이 나오는 거냐"며 "같은 전문가들일 텐데 결과가 천지차이인 이유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수도권 서북부 지역 주민의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우선 현재 공사 중인 GTX-A를 당초 계획대로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개통해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출퇴근 편의를 대폭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은평새길, 평창터널 사업이 최근 KDI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해 2025년 착공을 앞두고 있는 만큼 교통 여건은 나아질 것이라며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에 대해서도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대안 마련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힐스테이트 삼송역에 붙은 신분당선 조기착공 요구 현수막. 예타 탈락 사실이 돌았던 지난 22일 현수막이 철거됐다. (독자 제공)
힐스테이트 삼송역에 붙은 신분당선 조기착공 요구 현수막. 예타 탈락 사실이 돌았던 지난 22일 현수막이 철거됐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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